사진집, 『Still-Life』, 이윤진



'정물화'를 영문으로 옮기면 Still-Life. 직역하자면, 고정된 삶. 혹은 정지된 삶.
이윤진의 사진집 『Still-Life』를 이렇게 한영, 다시 영한으로 번역해서 접근해보면 흥미롭다.
분명 그 타이틀과 사진 속 피사체는 고정된 정물화를 가리키는데, 그 단어가 동시에 삶 Life를 내포하고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커피잔, 책상,잡지들, 의자 다리, 세면대, 전선, 전화기 등등 이것들은 그의 사진이 집중하는 정물들이다. 이 사물들로부터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진의 피사체에 기대하는 아우라는 찾기 힘들다. 원근의 느낌 또한 의도적으로 무시된다. 사진이 주는 아름다운 구도도 그의 사진에선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그의 작품에서 카메라는 필터를 걷어내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일상을 바라볼 때 자동적으로 장착하게되는 필터말이다.
그리고선 그는 아름답지 않은 주변의 정물들을 담는다.
아름답지 않은 것들, 딱딱하고 차갑고, 말없는 것들. 감정없고, 고정되었으며 정지된 것들.

그러나 그 정물화가 'Still-Life'라는 건, 어쩌면 정지되었지만
여전히 삶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역설적으로 그녀의 사진 속 사물들은 모두 하나의 흔적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커피잔, 책상, 잡지, 의자들.
그것은 다시 들여다보면,
누군가 잠깐 내려놓은 커피잔, 오래 앉았던 책상, 빛바랜 잡지, 발 뒷꿈치처럼 다리가 닳은 의자들.

정지된 상태의 사물들. 그것은 어쩌면 계속 움직이고 있었던 것 같다.
정지된 삶. 그러나 분명 그것은 어디론가 진행형이었던 것 같다.
'Still'은 '고정된'이란 의미도 있지만 부사적으론 '여전히', '그럼에도 불구하고'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으니.

그녀의 사진집에 찍힌 사물들. 그 흔적의 주인은 어디에 있나.
여기 사물들이 놓여있고, 그러고보니 여기는 누군가의 집이다. 누군가 살고있는.


                                          『Still-Life』, 이윤진, 닻프레스, 2015        


덧글

  • 2016/12/18 23:0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코너 2016/12/19 01:51 # 답글

    안녕하세요. 포스팅한 사진집은 저도 갖고있는 것들이 아니고 빌려본거예요. 헤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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